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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G'/하루 한편 글쓰기

책리뷰: 새의 감각 by 팀 버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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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람이 새가 된다는 것이 명확히 어떤 느낌일지 결코 모를 것이다.

느낌과 의식은 사람의 주관적인 경험이기에 누구와 정확히 나눌 수 없고 그 누구도 나의 경험을 상상할 수 없다고 생각해왔었다.

미묘하고 깐깐한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게 철학의 방식이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새들이 어떻게 그들만의 방식으로 세계를 경험하는지에 대해 놀라운 통찰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나는 새가 되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고 내가 그 느낌을 상상해본다고 해도 이는 상상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생물학은 더 실용적 접근법을 취한다.

생물학은 우리 감각을 확장하는 기술, 여러 가지 머릿속의 행동 실험을 통하여, 다른 생명체가 된다는 것의 느낌을 훌륭히 밝혀냈다.

나도 어린 시절 집에서 새를 키운 적이 있다.

먹이를 주고 노랫소리를 감상하고 암수가 어울리는 광경을 바라보았지만, 새들이 무엇을 느끼는지는 알 수 없었던 것 같다.

새가 나와 같은 것을 보고 듣고 만지고 맛보고 냄새 맡는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으니, 당시 나에게 새는 모이를 받아 노래하는 생명체에 불과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가 나와 같은 생각을 한다는 사실을 알 듯 그를 관찰하면서 그가 나와 같은 것을 느낀다는 사실을 안다.

출처 교보문고 

새를 자세히 관찰하면 새도 우리처럼 오감을 가지고 있지만 나와 똑같은 방식으로 감각을 경험하지는 않음을 안다.

새의 시력과 청각, 그리고 미각의 예를 들어보면 매의 시력은 우리보다 훨씬 좋아서 멀리 떨어진 물체를 분별해 알아보며 올빼미의 시력은 민감해서 캄캄한 곳에서도 부딪히지 않는다.

박쥐와 돌고래가 반향정위라는 능력을 이용하여 물체의 모양을 파악한다는 사실이야 다들 알고 있겠지만 새들도 반사되는 소리를 활용하여 깜깜한 어둠 안을 자유롭게 날아다닌다.

또한 우리는 혀에만 맛봉오리가 있어서 맛을 느끼지만 새는 부리에도 맛봉오리가 존재한다. 새는 맛을 느낄 뿐 아니라 맛이 있기도 한데, 파푸아뉴기니에는 맛없는 새가 있다고 한다.

 

새의 감각은 다채롭고 재미있는 분야이지만 이를 다루는 학문인 조류감각생물학은 그동안 조명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보니 새의 감각이 흥미진진한 주제임을 알게 되었다.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은 상대방이 무엇을 느끼는지 아는 것에서 출발한다.

우리가 온전히 새의 입장이 될 수는 없겠지만 새의 감각을 조금씩 알아가면서 새가 우리와 비슷한 존재임을,

어쩌면 우리처럼 느낌과 정서를 가진 존재임을 깨닫고 새를 통해서 우리 자신을 더욱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새를 기르지 않지만 집이 공원근처에 있어서 산새 소리가 들린다.

새 소리만 듣고도 세력권을 지키려는 경고인지, 사랑을 확인하는 암수의 이중창인지, 먹이를 물고 돌아오는 어미를 받기는 새끼의 인사인지 알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느낀 점은 지은이 자신만의 통찰과 경험이 훌륭하게 혼합되어 있다는 것이다.

지적 호기심과 열정으로 가득 차 있지만 과학 혹은 학문의 수준을 타협하지 않는다.

사려 깊으면서도, 꼼꼼한 연구와 매력적인 글이 전개된다.

버팔로베짜는새의 성생활이나 오르가즘에 도달하는 새 이야기는 흥미롭고 유쾌해서 읽는 재미가 있다.

설득력 있고 매혹적인 내용은 새가 된다는 것이 어떠한 의미인지에 대해서, 놀라운 피조물인 새와 함께 살아가는 우리 인간의 책임 및 보상에 대해서 많은 것을 가르쳐줬다.

 

조류를 다양하게 묘사하여 인류에 대한, 인류의 강한 호기심에 관한 깊은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

새에 대한 경이로운 사실들과 통찰을 선사한다.

시선을 사로잡고 흥미진진한 책이다.

새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매혹시킬 재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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